東坊哲學院

사주명리/사주실전풀이

세 번의 결혼

경덕 2024. 12. 17. 20:17

아침 날씨도 여전히 사나웠다. 어제부터 불던 바람은 더욱 거세졌고, 비는 폭우로 변했다. 19년 만에 4월에 눈이 올 것이라는 일기예보를 듣고, 예약한 상담자에게 날씨가 험하니 나중으로 미루자고 문자를 보냈다. 잠시 후 상담자가 춘천에서 열심히 오고 있다는 답신을 보내왔다.

보고 싶어도 조금 참으세요라는 마지막 문장을 보니 슬며시 웃음이 나왔다.

 

  상담할 여자는 오후 2시를 조금 넘겨 도착했다 실내를 보기 위해 유리창에 바짝 이마를 대더니 상담실에 들어서자마자 머리를 매만지고 책상 앞에 와서 정중하게 눈인사를 했다.

어머 홈페이지에 있는 사진보다는 나이가 드셨네. 염색하셔야겠어요.” 여자가 호들갑스럽게 말했다. “쓰신 글에 관상 이야기가 많이 있던데 제 관상은 어떤가요?” 여자는 목소리에 젖은 기운이 약간 배어 있었다. 그러나 밝은 목소리였다. 환하게 웃을 때 시원하게 펼쳐지는 입 위의 주름이 보였다.

입 위 주름이 입으로 기어 들어가면 굶어 죽는다는 말이 있는데, 정반대네요. 배부른 상이네요. 허허.” 내 말에 여자도 가볍게 웃었다. 여자의 입술을 흘낏 봤다. 입술이 번들거리면 고독하다. 입술에 세로 주름이 너무 많으면 비위에 병이 있고 피곤하다. “배가 부르긴 한데, 소화는 잘 안되고 쉽게 피곤을 느끼는 상입니다.” 내 말을 듣더니 여자는 입술을 입안으로 깊게 빨아들여 장난스럽게 가느다란 입술을 만들었다.

이야기는 관상에서 날씨로, 날씨에서 신변잡담으로 이어졌다. 사람을 기분 좋게 하는 여자였다. 여자는 한참을 이야기하더니 찾아온 목적을 말했다. 춘천에서 아는 언니의 화장품 가게를 물려받아 하고 있는데 앞으로 돈벌이가 어떨지. 남자와 성격이 맞지 않아 이혼하려고 생각 중인데 혼자 먹고사는 게 겁이 난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남자의 생년월일을 물으니 정확한 생일을 모른다고 했다. 여자의 팔자만을 들여다봤다.

 

[坤命]

시일월일

甲辛己辛       丙乙甲癸壬辛庚(8대운)

午亥亥丑       午巳辰卯寅丑子

 

 “타고난 팔자 바탕엔 남편 기운이 좀 그렇습니다. 그런데 나이 들수록 남편 기운이 강해지는 흐름이네요. 이런 흐름은 내 팔자에 들어온 남편은 중년 이후부터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는데, 나이 들어 무슨 이혼? 그냥 기대서 슬렁슬렁 같이 가는 게 좋아 보이네요.” 여자의 팔자와 대운의 흐름을 보고 간단히 선을 그었다.

 

 “남자가 성실하긴 해요.” 여자가 조금 목소리를 높였다. “성실하면 뭘 해요? 주변머리가 전혀 없어요. 감정이 없는 건지 분위기를 몰라요. 어떤 때는 말라 죽은 큰 나무둥치와 사는 것 같다니까요. 아침에 신문 보고 저녁엔 뉴스 보고 그리곤 아무것도 안 해요. 1365일이 똑 같으니까 제가 머리가 터질 것 같다고요.”

이 팔자엔 그런 분이 들어와야 합니다. 요런 팔자에 들어와 곁을 주는 남편이 있고, 앞으로 그 남편 기운이 점점 더 강해지면 됐지, 복 달아나는 소리 그만 하세요.” 나는 강하게 잘랐다.

요런 팔자? 제 팔자가 그렇게 더러운가요?” 여자가 즉각 내게 물었다.

그랬다. 팔자에 있는 午火인 불이 남편별이다. 남편별이 상관궁에 앉았으니 가시방석에 앉은 꼴이다. 위에 있는 甲木인 나무가 밀어주는 듯 보이나. 사궁(死宮)에 있는 甲木이 무슨 힘이 있겠는가? 또 남편별은 남편궁과 끈이 이어져 있어야 하는데. 남편궁이 물이니 水剋火로 불을 치받는다. 부부관계의 잣대로만 보면 깨끗한 팔자는 절대 아니다.

 

 팔자위에 선을 죽죽 그으며 설명을 계속하는데, 여자가 듣더니 얕은 신음소리를 냈다.

하긴... 이남자에 감사하며 살아야 하겠지요. 결혼 전에 자살 시도를 해 집안에 난리가 났었지요. 어쩌다가 결혼해서 자식 하나 낳아 남편에게 줘버리고 이혼했어요. 두 번째 결혼도 실패했어요. 시끄러운 속사정이야 어찌 됐는 더러운 팔자지요. 근데 세 번째 이 남자가 저를 미치게 하네요.” 여자가 가방에서 수건을 꺼내 눈물을 찍었다.

3시가 지나서야 비바람이 멈췄다. 눈물까지 흘린 사람을 혼자 보낼 수 없어 마중을 나섰다.

꼭 머리 염색하세요.” 차창을 열더니 여자가 장난스럽게 인사했다.

남편의 기운이 점점 강해집니다. 기댈 수 있지요. 명심하세요.” 나도 손을 모으고 인사했다. 여자가 얼굴을 이상하게 구기며 시동을 걸었다.

 

출처: 이을로 저 꼼꼼하게 짚어 주는 주제별 사주상담에서 발췌